“제 소원은 부모님이 싸우지 않고 저랑 동생을 사랑해주는 화목한 가족이 되는 거예요. 옛날처럼요.”
내 소원은 남들처럼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엄청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온전히 어릴 때 느꼈던 따뜻한 집의 모습을 되찾고 싶을 뿐이다. 엄마의 포옹으로 시작하는 하루와 아빠의 특제 스파게티를 먹던 금요일 저녁이 그립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가능하기만 하다면 시간을 되돌려서라도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이반에게 따뜻했던 부모님의 품을 알려주고 싶다.
“생각보다 간단한 걸 원하는구나?”
벨라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유리온실 안쪽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문이 하나 있었는데 입구의 문과는 다르게 아무런 장식도,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창도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정말 나무문 하나만 덩그러니 달려있었다. 어딘가 유리온실과는 어울리지 않아 신기했다. 저 문은 뭘까? 소원을 이루어주는 물건이라도 보관하고 있는 걸까? 나의 궁금증은 벨라님이 문을 여는 것으로 해결되었다.
문 너머는 한치의 빛 없이 새까맸다. 온전한 암흑, 얼마나 먼 길이 있는지, 길이 있기는 한지, 정말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어둠이었다.
“이 문 너머로 곧장 걸어가렴, 꼬마 아가씨. 그럼 어느 순간 마을이 나올 테고 네 소원은 이루어져 있을 거란다.”
“그냥 곧장… 이요?”
“그래, 곧장.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 나가렴. 네 동생과 친구도 곧 그리로 갈 거란다.”
벨라님의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되었다. 아무리 어두운 길이라도 벨라님이 날 위험한 길로 보내시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난 벨라님을 뒤로하고 어둠으로 한 발짝 걸음을 옮겼다. 뒤는 돌아보지 않았다. 뭔가 뒤를 보는 순간 잘못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어둠을 지나는 일을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어둠 속에서 앞만 보고 걷자 어느 순간부터 틈새가 생기며 조금씩 빛이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그 작은 빛에 익숙해져 감에 따라 서서히 우리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벨라님은 못 하는 것도 없으시지.
마을은 우리가 숲에 들어갔을 때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똑같이 푸르른 하늘에 해가 뜬 낮이었다. 숲에서 헤매는 동안, 시간이 전혀 흐르지 않은 것만 같았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이 정도는 무시할 수 있었다. 변화한 현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기대감으로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집 현관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스토리텔러 - 박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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