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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의 숲 #27. 모래성과 의심







눈을 떴을 때 우리는 숲의 입구에 서 있었다. 시간이 하나도 흐르지 않은 것처럼 하늘도 해가 지기 전 모습으로 그대로였다. 마침내 탈출한 것이었다.


나는 지체하지 않고 이사벨, 이반과 함께 아빠가 일하는 경찰서로 향했다. 그 뒤로 일은 빠르게 정리되어 갔다. 이사벨의 부모님은 각각 약물중독과 알코올 중독 치료시설로 들어가고 이사벨과 이반은 우리 집에서 당분간 지내게 되었다. 엄마는 둘의 상담을 진행하셨다.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는데 그건 또 아니었나 보다. 상담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둘의 표정은 이전보다 밝아졌다. 숲에 들어가기 전에 진작 이렇게 할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젠 집에서 부모님을 기다리는 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남매와 시간을 보내다 보면 부모님이 오시는 시간은 금방 찾아왔다. 하루하루 행복한 날이었다. 나는 마침내 나의 소중한 친구들을 구했다.


그러나, 행복은 한 번의 파도에 무너질 정도로 위태로운 모래성이었다.


악몽은 파도처럼 밀려와 우리의 행복을 무너뜨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이반은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이반은 늘 울면서 잠에서 깨고 우리가 다가가면 괴로운 표정으로 알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렸다. 시간이 지나면 잦아들 것 같았던 악몽은 작아지지 않고 더 커져서 이반을 짓밟았다. 온종일 불안에 떨다가 다가오지 말라는 말을 쉼 없이 내질렀다. 이사벨도 덩달아 불안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왜 이반이 악몽을 꾸기 시작했을까. 부모님은 나의 물음에 답해주지 않으셨다. 그저 이반이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이러는 거라며 이반을 병원에 데려갔다. 이사벨은 병원으로 향하는 차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이반은 언제쯤 돌아올까?”


“상처가 언제 나을지 모르니까 나도 장담 못 하겠어.”


이사벨이 매일 달고 사는 물음에도 나는 답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저 웃음이 다시금 사라진 이사벨의 등을 토닥여 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무사히 빠져나왔으나 행복해지지 못했다.


나는 아이들을 호수로 끌고 들어갔다.

나의 선택은 옳았던 걸까.

뒷마당에 있는 나무집에 올라가면 멀리 있는 마녀의 숲이 보인다. 옆에서 같이 숲을 바라보는 이사벨을 보면서 숲에 여전히 마녀가 살고 있은 지 궁금해졌다.






스토리텔러 - 박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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