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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의 숲 #36. 나름의 행복을 찾다







이반과 이사벨이 집으로 돌아갔을 때 레일라는 홀로 떨어져 자신의 집 앞에서 눈을 떴다. 그녀는 이상한 기분에 휩싸인 채로 하루를 보냈다. 원래 이사벨 집에 바로 찾아가려 했으나 내일 낮에 가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레일라는 다음 날 아침에 이사벨의 집으로 향했다. 도착한 집은 평소보다 더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 같은 분위기에 레일라는 잠시 집 근처를 한 바퀴 돌며 이상한 점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무언갈 발견하지 못하고 그녀는 그렇게 현관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레일라는 걸음을 멈추었다. 입구에서부터 비릿한 냄새와 알 수 없는 악취가 그녀를 멈춰 세웠다. 직감적으로 뭔가 잘못됐음을 느낀 레일라는 서둘러 코를 싸매고 집 안으로 들어가 이반과 이사벨을 불렀다.


“이반! 이사벨! 안에 있…?!”


그러나 레일라는 말을 더 이을 수 없었다. 참혹한 거실의 풍경에 그녀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푹풍이라도 휘몰아치고 간 듯 온갖 물건들이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는 거실, 곳곳에 있는 붉은 물웅덩이와 창백하게 질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두 구의 시체.


그리고 거실 벽 구석에서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덜덜 떨고 있는 남매. 두 남매의 앞에는 검붉게 말라버린 핏자국 가득한 식칼이 있었다. 레일라는 이 상황에 정신줄이 희미해지려는 것을 겨우 붙잡고 이반과 이사벨을 먼저 살폈다. 이반은 검붉은 물감이라도 뒤집어쓴 것처럼 온몸에 말라버린 피가 가득했고 이사벨도 이반을 안아주면서 피가 묻었는지 옷과 손이 더러워져 있었다.


레일라는 두 남매를 보며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고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아빠. 여기 이사벨 집인데… 빨리 와봐야 할 것 같아.”

레일라의 아버지가 등장하고서야 사건은 정리가 될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남매는 우선 병원으로 향했고 레일라는 남아서 사건이 돌아가는 상황들을 살펴보았다. 이사벨의 아버지는 약에 취해있던 부인을 칼로 수십 차례 찔러 과다출혈 쇼크로 죽게 했고, 그런 아버지가 과음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다가 이반이 들고 있던 칼 위로 쓰러지면서 심장에 칼이 박혀 즉사한 것이었다. 레일라는 괴로웠다. 전날 아이들을 자신의 집에서 재웠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레일라는 괴로움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며 병원에 간 남매를 만날 수 있는 날만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고 사건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갈 무렵, 레일라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남매가 지내는 병원에 병문안을 갔다. 그곳에서 다시 만난 남매의 태도에 레일라는 어리둥절했다.


“레일라! 정말 보고 싶었어.”


“레일라 누나! 왜 이제 와? 우리 정말 심심했는데.”


사건은 모두 잊은 듯 그저 몸이 아파 잠시 병원에 입원한 것 같은 태도를 보이는 남매였다. 진심으로 밝게 말하는 모습을 본 레일라는 당황스러운 마음에 자신의 어머니를 올려다보았다.


“부분 기억상실증이란다. 아무래도 그날이 많이 충격이었던 것 같아.”


어머니의 설명에 그제서야 납득한 레일라는 잠시 남매와 시간을 보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병원에 있는 두 남매는 자신의 부모님을 지웠다. 그래서인지 레일라가 기억하는 그 어떤 얼굴 보다도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결국은 나름의 행복을 찾은 것이었다.






스토리텔러 - 박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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