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벨! 이사벨, 어디 있니! 이반? 이반! 있으면 말 좀 해봐!”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바로 옆에 보였던 둘이 보이지 않았다. 기어코 숲에 들어가겠다 하던 남매를 놓쳐버렸다. 발목 언저리까지 낮게만 있던 안개가 어느새 내 시야를 가로막을 정도로 넘쳐흘렀다. 그렇지 않아도 이상한 숲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 의심이 더욱 커져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두려워하면 안 돼. 나는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안개가 미친 듯이 넘실거리며, 나무들의 길쭉한 음영이 희미하게 보였다. 서너 발자국의 시야만 제대로 보였고, 그 너머로는 갑자기 찾아온 안개로 가려졌다. 분명 손을 잡고 같이 들어왔지만 이사벨, 이반과 잡았던 손도 놓치고 떨어져버렸다. 둘은 같이 있을까? 같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제발 둘이 같이 있기를, 간절하게 빌었다.
찬바람이 불자 안개가 조금 걷히면서 숲의 천장이 보였다. 나무들 꼭대기 틈 사이로 비치는 하늘에 주황빛과 보랏빛이 섞여 있는 것이 보였다. 곧 있으면 저녁이 될 테고, 어두워진 숲에서 더 움직이면 나도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서둘러 둘과 만나야 했다. 난 안개를 손으로나마 걷으면서 앞을 보려 했다. 그러나 무형의 안개를 손으로 잡으려는 시도가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깨닫기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막연히 뜬 소문으로만 치부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이 숲에는 마녀가 산다고? 정말, 정말 마녀가 사는 숲이면 어떻게 하지?’
그러나 난 곧바로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21세기에 마녀를 믿는 것은 너무나도 어처구니없고 비과학적인 일이지. 고작 안개가 낀 것뿐이다. 근처에 물가가 있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물안개가 좀 자욱하게 낀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안개는 금세 가라앉을 것이야. 그래야 해. 빨리 아이들을 찾고 나가야겠어.
“이사벨! 이반! 어디에 있어! 대답 좀 해줘!” 난 더 크게 소리쳤다. “내 목소리 들려? 들리면! 소리쳐봐! 이사벨! 이반!”
이사벨, 벨, 벨, 벨.
이반, 반, 반, 반.
소리쳤지만, 결국 오는 것은 메아리였다.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멀리 떨어진 셈이다.
‘이럴 때,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더라?’
주변을 둘러보다 뾰족한 돌을 들었다. 나무에 표식을 내면서 가면 적어도 헤매는 일은 없을 거야. 난 돌날로 지금 짚은 나무 표면에 흔적을 남겼다.
‘움츠려들지 말자. 이럴 때일수록 당당하게, 계속 걸어가야 해. 애들을 찾고 나가는 거야.’
난 나무에 계속 흔적을 남기며 둘을 불렀다. 그러다가 갑자기 내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꽂혔다.
“이반! 레일라!”
이사벨! 이사벨의 목소리였다. 난 안도하며 이사벨이 들을 수 있도록 크게 소리쳤다.
“이사벨! 거기 있니? 이사벨! 나 여기 있어! 기다려, 거기로 갈게!”
스토리텔러 - 박우진,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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