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고 달려 울음소리를 쫓았다. 이반의 울음소리가 맞는지,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꽤 오래 수풀을 해치며 소리를 향해 가다 어느 순간, 안개는 사라지고 붉은 노을빛이 가득 내리쬐는 개울을 마주했다. 안개의 시작이 여기였나? 이상하다. 개울에 도달한 순간 울음소리가 사라져버렸다.
이대로 이반과 레일라를 영영 찾지 못하면 어떡하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이 숲에서 나가지 못하는 건 아닐까? 다리가 풀리고 찬 흙바닥에 주저앉아 달리느라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었다. 소원을 빌 수는 있을까. 아니, 지금은 소원이 중요한 게 아니지.
“무엇을 찾고 있니?”
목소리는 근처에서 들려왔다. 낮고 굵지만 부드러운, 온기를 품은 듯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노을빛을 등지고 서서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큰 키에 긴 머리를 가진 하얀 남자였다. 사람일까? 숲에서 환상을 보는 건 아닐까? 어른이기는 한데… 도와달라고 해야 할까. 어른이니까 도와달라고 하면 충분히 도와주실 수 있을 거야.
“저는, 전 동생과 친구를 찾고 있어요! 혹시 이만한 남자아이랑 제 또래 여자아이 못 보셨나요? 남자아이는 저랑 닮았고 여자아이는 이 정도 크고 갈색 머리예요!”
안도감인지 뭔지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졌다. 흙이 묻은 손이라는 것도 잊고 눈물을 훔치면서 엉엉 소리 내 울었다. 남자는 몸을 숙이고 나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걱정하지 말라는 듯한 손길에 진정이 되기는커녕 더 울고 싶어졌다.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 기억들. 진정한 어른을 만난 것 같다.
어느 정도 흐느낌이 잦아들 때쯤 그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는 매우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흰 머리카락, 흰 얼굴, 흰 정장까지 차려입었는데 특이하게도 맨발에다 머리엔 꽃사과 꽃으로 만든 화관까지 쓰고 있었다.
마치… 그래, 숲의 요정이나 신 같은 모습이었다.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이제 말이 통하겠다 싶었는지 손을 들어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 주고는 내 뺨을 손으로 감싸고 아름다운 황금빛 눈으로 나와 눈을 맞추기 시작했다.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반짝이는 눈동자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다른 것도 찾고 있었지?”
다른 것? 레일라와 이반을 찾는 것 외에 다른 걸 내가 찾고 있었나?
[숲에 들어온 건 그걸 가지고 싶어서잖아?]
남자의 눈을 보면 볼수록 정신이 흐려지는 것 같았다. 얼마나 정신이 몽롱하면 바로 앞에 보이는 그의 눈동자가 점점 붉게 변하는 것 같을까. 동공도 길쭉해지는 것 같은데.
가지고 싶은 걸 보여줄게.
무얼 보든지 이루어질 수 있어.
뭐가 보이니.
그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멀어지고 붉은 눈동자가 사라지며 온전한 암흑에 잠겼을 때, 익숙한 모양의 문 하나가 눈앞에 나타났다.
스토리텔러 - 박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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