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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의 숲 #28. 유희







벨라님의 취미는 온실 가꾸기와 연못으로 인간들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 두 가지 취미활동을 하는 시간만이 벨라님의 진정한 미소를 볼 수 있는 시간이라 나는 화실에서 벨라님과 함께할 때가 정말 좋다. 그런데 요즘 좀 거슬리는 것이 하나 있다.


{아- 신이시여 어째서 이런… 전 이런 걸 원하지 않았습니다!}


인간들, 탐욕에 찌들어 벨라님께 소원을 빌고서는 그 대가는 생각하지 않지. 소원을 들어줘도 원하는 결과가 아니었다며 욕하고 절규한다. 그리고 벨라님은 항상 그 인간들의 욕설과 절규를 연못을 통해 바라보신다. 잔잔한 미소와 함께 연못을 바라보는 표정이 참 즐거워 보이셔서 말리고 싶지는 앟지만 아무래도 한마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벨라님, 이제 인간들을 도와주는 건 그만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벨라님 발치에 자리 잡고 앉아 올려다보니 벨라님이 환하게 웃고 계셨다.


“에스티안, 너는 재미있지 않니? 인간들 말이야.”


그리 말씀하시고는 나를 안아 무릎에 앉히셨다. 부드러운 손길로 털을 쓰다듬어 주시고 턱을 긁어주신다. 이 손길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 꼬리를 흔들며 벨라님의 손길을 느끼는데 잊을 뻔했던 화제가 떠올랐다. 매번 이런 식으로 넘어갔던 터라 이번엔 마음을 굳게 먹었다.


“늘 욕설을 퍼 붙거나 원망하기만 하는 인간이 무슨 재미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전 이해가 안 갑니다.”


벨라님은 그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미소만 지으실 뿐이었다. 어쩜 이리도 아름다우실까. 이리도 아름답고 고귀하신 벨라님이 그런 상스러운 말들을 듣는 것도, 고마움도 모르는 인간들이 벨라님을 깔보는 것도 용서가 안 된다.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지 벨라님이 가장 잘 아실텐데 말이다. 생각이 길어져 벨라님의 손길을 잠시 잊을 뻔한 순간, 벨라님이 입을 여셨다.


“인간은 이기심을 가지고 나를 찾아와. 그리고는 소원을 빌지. 등가교환이 이루어진다고 말해도 듣지도 않고 말이야. 자신이 원하는 길이 아니라면서 욕을 하는 그 모습… 얼마나 이기적이고 욕망에 찌든 모습이니. 무엇이든 간절히 바라기만 하면 행운이 찾아오고 대가 없이 이루어질 거라 말하는 게 참… 웃기고 즐겁단다.”

벨라님의 대답을 나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벨라님이 즐겁다 하시면 따르는 것이 옳겠지.







스토리텔러 - 박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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