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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의 숲 #11. 말하는 사자







2시간? 3시간? 4시간? 대체 난 이곳에 몇 시간을 주저앉아 있었을까? 어쨌든 너무 오랫동안 앉아있던 것이 틀림이 없다. 엉덩이를 포함한 허벅지, 종아리, 발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마치 개미떼들이 내 위로 올라탄 듯이 나를 간질거렸다.

난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바지에 붙어있던 축축한 이파리들이 떨어졌다. 느낌이 썩 좋지 않았다. 오히려 불쾌했다.


“뒷쪽에 뭐 묻으면 정말 실례라도 한 것 같다니까.”


나는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전보다 더 어두워졌다는 사실이었다. 밤이 찾아오는 듯 했다. 해가 완전히 지고, 숲이 더 어두워지면 난 영영 이곳을 못 나갈 것만 같았다.


‘여기서 멈추지 말아야 해! 계속 누나들을 찾아야 해! 이반! 정신차려! 이게 다 그 거지 같은 아버지 때문이야!’


다시 걸어야했다. 날 찾고 있을 누나들을 찾아야만 했다. 특히 이사벨, 나의 누나는 어쩌면 날 잃어버려서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늘 강한 척을 하지만 속은 여리고, 늘 나를 배려해주는 나의 가족인 그녀. 누나의 손을 다시 잡고 싶었다.


목이 쉬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일단 그녀의 이름들을 내지르고 봤다. 새들이 푸드덕 푸드덕 날개를 들고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새떼가 나뭇가지를 헤치고 날아가는 소리에 움츠렸지만서도 쉽게 도망치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 안개가 서서히 걷혔다. 주변을 뿌옇게 가리던 안개가 걷히자 푸르스름한 빛살들이 어둠을 뚫고 나왔다. 날 무섭게 만들던 안개는 쏜살같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마치 아까까지만 해도 느껴지던 두려움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내 앞의 나무들은 밝고, 따스한 햇살을 머금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이제는 나무 뒤의 나무 뒤의 나무, 그 뒤에 또 뭐가 있는지도 보일 정도로 밝아졌다. 밤이 온 줄만 알았는데 하늘을 보니 아직도 낮이었다. 하늘을 보니 희망이 보였다. 누나들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된다면, 마녀도 찾아서 소원을 이룰 수 있겠지?’


꼭 이루고 싶었다. 안개가 걷히고, 모든 것이 밝게 보이니 ‘소원을 들어주는 마녀’를 꼭 찾고 싶어졌다. 내 소원이 이뤄져서 누나와 엄마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누나는 알고 있는 엄마의 미소를 보고 싶었다.


“그렇게 소원을 이루고 싶으냐?”


고개를 들었다. 거대한 나무 위에 들린 짙은 저음. 그곳에는 하얀 사자가 루비보다 붉은 눈을 하고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자가...... 말했다.


“무엇을 그렇게 원하느냐?”


“사자가 말을?”







스토리텔러 -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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