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과 이사벨은 무사히 만났는지 둘이 손을 잡고 수풀을 해치고 나왔다. 우리는 서로의 꼬질꼬질한 모습을 보다가 웃음을 터트렸고 나는 둘에게 다가가 꼬옥 끌어안았다. 이제야 안심됐다.
“다행이야, 둘 다 무사해서.”
이제 숲을 완전히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고 이사벨의 손을 잡고 뒤돌아섰다. 그러나 나는 놀라움에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 걸을 수 없었다. 수풀이 우거진 숲이 보여야 하는데 어째서 내 눈앞에는 이사벨네 현관문이 보이는 걸까.
놀람과 의아함에 몸이 굳어있는 동안 이사벨은 나의 손을 놓고 이반과 함께 신나게 집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러다 내가 생각이 났는지 어서 들어오라며 소리치는 이사벨의 목소리에 마법이 풀린 것처럼 굳었던 몸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상했다. 하지만 무슨 상황인지 알아보려면 일단 움직여야 했다. 나는 이사벨과 이반을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집안에 들어서자 온기부터 느껴졌다. 온 집안엔 환히 불이 켜져 있고 맛있는 음식 냄새도 났다. 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 이사벨의 집이 맞는데 너무 따뜻하고 환했다. 나의 의문은 이사벨네 보모님을 보았을 때 더 커졌다. 아주머니는 늘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워계셨는데 부엌에서 이사벨과 같이 요리하고 계셨고 아저씨는 술에 취해 소파에서 주무시는 대신 이반을 끌어안고 비행기를 태워주고 있었다. 적응되지 않는 화목한 가족의 분위기에 나는 주뼛거리다가 소파에 앉아 이사벨네 가족의 모습을 가만 지켜보았다. 이사벨이 소원을 빈 건가? 이들은 너무나도 멀쩡해 보이는 정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저녁 식사까지 이사벨네에서 함께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텅 비어있는 우리 집이 더욱 썰렁하게 느껴졌다. 평소라면 이반과 이사벨과 같이 우리 집에서 밥을 먹고 같이 놀다가 부모님이 집에 오시고 나서야 둘도 자기 집으로 돌아가곤 했는데 상황이 반대된 것 같아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다음날, 다시 이사벨의 집으로 갔다. 어제 내가 본 화목함의 진실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다시 찾아간 이사벨의 집은 여전히 어제 저녁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함께 앞마당을 정리하는 이사벨과 아저씨.
‘정말 소원을 빌었구나.’
이사벨이 늘 원하던 모습을 한 그들을 보고 있자니 다시금 알 수 없는 이상한 기분에 휩쓸렸다.
스토리텔러 - 박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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