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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의 숲 #24. 외면







이사벨과 이반은 하루하루 행복한 얼굴이었다. 나는 간간이 이사벨네 저녁 식사시간에 함께하기도 했다. 그 순간에도 이사벨네 가족은 아무런 문제 없이 화목하기만 했다. 인정해야 했다. 이사벨의 소원 빌기는 성공했음을.


잘된 일이지. 언제나 바라던 모습이 되었으니 축하하는 게 맞는데 이상하게 자꾸만 뭔가 걸리고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딘가 이질적인 느낌. 이게 다가 아닐 것만 같은 느낌에 이사벨과 이반이 괜히 더 신경 쓰였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그냥 내가 예민했던 걸까?


그러나 나의 예민한 감은 틀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이사벨과 놀다가 저녁을 먹으러 이사벨의 집으로 함께 갔다. 현관을 열고 들어가는데 전에 없던 싸늘한 공기와 비릿한 냄새가 집안에 퍼져있었다. 본능적으로 문제가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거실로 달려가자 이사벨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버렸다. 거실은 참혹했다. 여기저기 쓰러진 가구와 물건들이 바닥에 늘어져 있고


그 차가운 바닥에


고여있는 붉은 웅덩이


마구잡이로 찍혀있는 붉은 손자국


그리고 아주머니


그리고 아저씨


그리고 빨간 이반


이반의 손은 온통 붉게 물들어있었고 그 작은 손에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칼이 들려있었다. 이반도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가기는 마찬가지인지 그냥 멍하니 바닥을 바라보다가 우리를 돌아보았다.


아, 어쩌면 소원을 빈 존재가 이반이고 그 상대가 신이 아닌 악마였던 걸까.


이반은 우리와 눈을 맞추었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아마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겠지. 이사벨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듯 머리를 쥐어 뜯으면서 아니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눈을 감고 현실을 외면해 버렸다.







스토리텔러 - 박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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