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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의 숲 #2. 미로 안개 속







숲에 들어올 때 만해도 흙바닥에 낮게 깔려있던 안개가 어느 순간부터 넘실거리며 피어오르더니 곧 나무와 하늘을 가득 메웠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짙은 안개라니.

“이반? 레일라?”

아까까지만 해도 잡고 있던 동생과 친구의 잡히지 않는다.


“다들 어디에 있어! 이반, 누나 목소리 들리면 대답해!”


그러나 나 외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내 외침은 메아리로 돌아왔다.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봤다. 흐릿한 안개 사이로 보였던 하늘과 햇살이 이제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장대한 나무들의 모습만 보였다. 햇빛 한 자락조차 보이지 않는 숲. 또다시 안개가 밀려왔다.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걸을수록 안개가 짙어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제 와서 뒤돌아갈 수 없었다. 적어도 이반과 레일라를 만나야 나갈 수 있어.


안개가 두꺼워질수록 나는 조심스럽게 나무들을 잡으며 걸어갔다. 뭔가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은 두려움, 찬바람이 등에 스칠 때마다 소름이 돋았다. 갑자기 다리에 뭔가 닿았다.


스윽-


“까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본능적으로 다리에 손을 대고 휘저었다. 뭔가 걸릴까 싶었지만 손 사이엔 풀잎만 잡혔다. 바람 따라 풀들이 서걱서걱 흔들리며 날 비웃는 듯하다. 무릎 위에 손을 얹으니 다리의 떨림이 팔을 타고 느껴졌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안개를 바로 보기가 너무나도 두려워 망연하게 땅바닥만 바라봤다.


왜 이 숲에 온 걸까, 나는. 괜히 와서 동생도, 친구도 놓쳐버렸어. 레일라의 말이 맞았을지도 몰라. 소문은 그냥 소문일 뿐인데, 난 왜 괜히 고집을 부린 걸까. 미안해, 레일라... 네 말을 들었어야 했나 봐. 괜히 날 따라오지 않아도 됐을 텐데.


이반. 내 동생, 이반. 내가 없으면 바로 울어버리는 아이인데, 그런 애 손을 놓치다니.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거야?


“이반! 레일라!”


다시 한번, 있는 힘껏 둘의 이름을 불렀다. 이대로 계속 멈춰있을 수는 없다. 나무를 지지대 삼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 떨림이 조금 가신 것 같았다. 다시 천천히 발을 움직였다. 걸으면서 둘의 이름을 부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걷는데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울음소리. 이반이다.


“이반이니? 이반!”


이반이라는 확신이 들자 절로 성급해졌다.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간다. 보이지 않던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안 그래도 안개 덥힌 숲을 지나느라 자꾸 넘어져 다친 무릎이었는데. 대체 이 숲은 어떻게 된 곳일까. 밀려오는 눈물을 억누르며 그대로 일어났다.


“이반! 누나야! 거기 있어?”


울음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내 질문에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이반이 분명했다. 생채기를 제대로 볼 겨를도 없이 다시 달려갔다.


‘얼마나 무섭고 두려울까, 기다려. 바로 갈게, 이반!’


순간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졌다. 감히 표현하지 못하겠지만,



그러나 찝찝함도 울음소리에 지워졌다. 숨어서 기분 나쁘게 지켜본 시선이 있어도, 이반을 찾는 게 먼저다. 무릎에서 무언가 축축하게 흐르는 게 느껴졌지만 무시했다. 나는 서둘러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렸다.







스토리텔러 - 박우진,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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