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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의 숲 #10. 악몽과 안식







무엇을 위해서 나는 누나들을 놓치고 숲속으로 뛰었을까. 호흡이 가파라졌다. 이 숲은 아무리 둘러봐도 정감이 가지 않았다. 나는 크게 외쳤다.


“누나! 다들 어디 있어!”


나는 계속 누나들의 이름을 불렀다! 이럴 때만큼 보고 싶었을 줄이야. 그러나 역시 아까처럼 메아리만 울렸다. 다시 돌아온 메아리는 마치 귀신이 날 부르는 목소리처럼 들렸다. 심지어 그게 내가 낸 소리였는데도! 난 크게 질겁하며 다시 나무들을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후두둑! 후두둑!


뭔가가 내 머리에 떨어졌다. 그 순간, 나는 크게 소리를 치며 눈을 질끈 감고 앞으로 달렸다. 앞도 쳐다보지 않고 달렸다. 굵은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질 때까지 말이다.


“아앗!”


무릎에 촉촉한 것이 느껴졌다. 난 신음을 내며 몸을 추스렸다. 돌에 살이 쓸려 무릎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피 한 줄기. 비릿한 쇠냄새가 스산한 안개를 타고 내 코까지 다가왔다. 그러자 다시 마음에 무언가가 복받쳐올랐다. 눈물, 억울함, 후회, 비참함. 나는 왜 이런 곳에 있는 걸까?


나는 고개를 품에 파묻고 울었다. 그냥 울었다. 누나들이 너무나도 미웠다. 이사벨 누나는 대체 뭘 믿고 여기에 날 데려온거지? 레일라 누나는 왜 우리 누나를 더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은 걸까!


그렇게 계속 울다가 문득 한 얼굴이 떠올랐다. 매일 술에 절여져서 코와 두 뺨이 붉은, 그리고 눈은 어디를 보는지도 모르는 남자. 면도는 언제 했는지 모를 만큼 까끌거리고, 몸에는 늘 쉰 냄새가 풍기는 남자. 바로 나의 아버지.


안 좋은 기억들이 마구잡이로 생각났다. 그리고 그 옆에는 늘 아무렇지 않게 날 쳐다보는 어머니가 보였다. 어쩌면 나와 더 말하지 않는 사람은 아버지보다 어머니일 정도로, 어느 순간 무심해진 어머니. 나는 늘 어머니에게 사랑 받기를 원했다. 내가 말을 하고, 학교에 다닐 때부터 어머니는 나를 없는 사람 취급 하셨다. 그녀의 무심한 손길을 받으면서 문득,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폭력에 못 이겨 우리 남매에게도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것이 아닐까?


어느새 눈물이 그쳤지만, 퉁퉁 부은 눈은 날 더 울적하게 만들었다. 너무나도 어두운 숲이었다. 이곳에서 마녀를 찾아서 소원을 빌 수가 있을까? 애초에 사람이 있는 숲일까? 잘못하다가 큰곰이라도 만나면, 그때는...... 다시 눈물이 울컥 쏟아졌다.


날 여기로 데려온 사람. 그 사람은 우리집이 밝았었다고 떠드는 이사벨 누나도, 자신만 믿으라며 괜찮다고 날 안심시킨 레일라 누나도 아니었다. 바로 나의 아버지였다. 지금 내 마음 속에 강렬하게 새겨진 맥주와 폭언들, 손찌검. 모두 그가 남긴 흔적들이었다. 지금 내 종아리에 있는 붉은 흔적도 그가 벨트를 쥐고 남긴 것이었다.


차라리 어쩌면, 정말 어쩌면 숲에 있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날 때리는 아버지도, 언제나 무시하는 어머니도, 누나만 날 지켜주는 차가운 집도 없는 숲이 도리어 따뜻하게 느껴졌다.


‘차라리 이곳이 행복할 것 같아......’







스토리텔러 -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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