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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의 숲 #25. 어쩌면 꿈







정신은 어지럽고 마음은 시끄럽다. 내가 원했던 둘의 모습은 이게 아니었는데. 내가 바라고 원했던 것들은 전부 잘못됐던 걸까. 이사벨과 가까이 지내면서 나는 그 애가 기뻐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점점 눈물이 잦아지는 것도 보았다. 우는 이유를 들을 때마다 내 마음도 그녀를 따라 우울해졌다.


우울한 기분으로 잠들고, 일어나 하루를 보내는 것. 돈을 내고 찾아간 상담가는 내게 ‘자괴감’이란 감정을 설명해줬다. 난 대체 왜 괴로워하는 걸까. 이사벨과 이반을 찾아 숲을 나갔고, 남매의 가족이 그들의 소망대로 돌아가는 것을 봤다. 그들은 밝은 미소를 되찾았고, 나는 그들을 따라 웃었다. 모든 것이 정상으로 되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전혀 웃지 않는 둘의 표정은 내게 계속 공허한 감정만 안겨주었다.


마음속에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자 웃으면서 이사벨과 얘기했던 것도 차츰 무너지기 시작했다. 어떨 때는 한탄을 하며 울기도 했고,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이사벨은 포기가 담긴 쓴웃음을 지어 보이기만 했다. 간혹 말을 한다면 이런 말뿐이었다.


“이젠 나도 잘 모르겠어. 레일라.”


나는 슬픔이 가려져 있는 친구를 보며 그저 두 손을 꼭 잡기만 했다. 그녀를 위로하다가 때때로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차라리 숲에서 내가 소원을 빌었다면. 내가 원하는 대로 되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어쩌면 내가 그런 생각을 해서 그런 것이었을까? 여전히 이사벨을 따라 우울해진 마음으로 컴컴한 집에 돌아오고, 이사벨과 통화하며 그녀의 넋두리를 들어주다가 침대에 누웠던 그때, 환상처럼 싱그러운 풀과 젖은 흙이 어우러진 숲의 향기를 맡았다.


눈을 뜬 곳은 안개가 깔린 촉촉한 잔디 위였다. 분명히 보모를 보내고, 침대에 누웠는데. 나는 벌떡 일어나 고개를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 호수가 있었다. 안개가 꽤 짙었지만 고요하게 울리는 물소리와 바람 따라 일렁이는 물결은 선명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상황을 이해하려고 했다. 아직 모든 것들이 어리둥절하고 알 수 없는 상황에 호수 근처로 두 개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안개를 뚫고 나타난 그림자를 보자마자 난 힘차게 그들의 이름을 외치며 호숫가로 달려갔다.


“이사벨! 이반! 나야, 레일라!”





스토리텔러 -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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