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사이로 안개가 흘러들어오면서 누나가 사라졌다. 아주 잠깐 손을 놓쳤을 뿐인데 나는 당황해서 옆으로 손을 휘둘렀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이사벨 누나? 레일라 누나?”
누나는 답이 없었다. 완전히 사라진 듯 누나가 없었다. 나는 너무도 두려워 차마 옆으로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그저 제자리에 서서 가만히, 두 팔로 나 자신을 껴안았다. 언제부터 안개가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안개는 모든 것을 가려버렸다. 내 옆에 있던 사람들의 존재까지도 말이다.
안개는 그 흐름이 보일 정도로 두터웠다. 안개가 흐르자 수풀이 살랑살랑 흔들거렸고, 새들이 시끄럽게 울었다. 나는 귀를 막고 몸을 더욱 좁혔다. 울지는 않았다. 새들의 소리가 너무나도 무섭게 들린 탓에, 나는 아무 소리도 낼 수가 없었다.
새들이 떠나고, 안개가 천천히 흘러가자 나도 조금씩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내 앞에는 몇 발자국을 남기고 다 안개로 덮여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경계하며 전진했다.
바스락! 바스락!
사슴이라도 된 듯이 난 재빠르게 몸을 돌려 뒤를 쳐다봤다. ‘분명히 뭔가가....’ 그러나 내 뒤에는 토끼 한 마리도 없었다. 그저 내가 좌우로 헤쳐놓은 수풀만 보였다. 그마저도 안개에 덮여버렸지만.
공포가 여전히 날 억눌렀지만, 난 용기를 내어 누나들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안개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숲속에서 누나들을 찾기란 너무나 어려웠다. 분명히 좌우로 손을 잡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뿔뿔이 흩어져버린 것이 아닌가. 나는 막상 숲에 들어온게 너무나도 후회가 되었다. 숲에 들어오자, 라고 말한 이사벨 누나가 원망스러워졌다.
나는 그때도 아버지에게 꾸중을 듣고서 풀이 죽어있었다. 그때마다 난 언제나 동네 놀이터로 도망치곤 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학교를 마치고 온 누나가 날 찾으러 왔다. 그날따라 누나는 무척이나 기운차보였다. 이사벨 누나는 마을 너머 멀리 보이는 숲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반! 저 숲에 마녀가 산대.”
“마녀?”
“그래! 마녀! 친구들한테 들었는데, 저 안에는 소원을 들어주는 마녀가 산다고 하더라고. 한 번 가보지 않을래?”
마을 너머에 있는 숲에는 야생동물이 많아서 사냥기간이 되면 아빠를 포함한 어른들이 멧돼지나 사슴을 잡고 오는 곳이었다. 총을 든 어른들도 간혹 다쳐서 돌아오기도 했기에, 난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거부했다. 그러나 의외로 누나의 고집은 상당했다.
“사냥기간이 저번이었으니까 지금 동물들이 있진 않을거야. 그리고 누나 친구인 레일라 알지? 저번에 본. 걔도 같이 가기로 했어. 해가 질 때면 바로 돌아올 거니까, 같이 가자. 이반. 가서 소원을 비는 거야!”
“어떤..... 소원?”
“우리집이 예전처럼 화목해지게 해달라고!”
그때, 누나의 표정을 보고 나는 더이상 거절할 수가 없었다.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도 내심 소원을 빌고 싶었다. 더는 아빠가 날 괴롭히지 말게 해달라고, 집이 남들처럼 평화로웠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스토리텔러 - 박우진, 김영진
Комментарии